BD 후원선수인 안테 라우하마(Antte Lauhamaa)가 스칸디나비아 산맥의 케브네카이세 지역으로 겨울 탐험을 떠났습니다.
케브네아이세(Kebnekaise)는 스웨덴의 위도 67도, 키루나(Kiruna) 마을의 서쪽에 있습니다. 산의 정상은 해발 2,094미터 규모이며 그 주변은 북부 산악지형의 특징을 갖추고 있습니다. 봉우리에서 계곡으로 빙하가 형성돼 있고, 자작나무 숲과 넓게 펼쳐진 큰 호수가 풍경을 이루고 있죠. 케브네카이세 지역은 노르웨이 해안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칸디나비아 산맥의 일부입니다. 산맥은 노르웨이 해안에서 스웨덴까지 뻗어 있으며, 작은 산악지역과 깊은 계곡으로 분리돼 있습니다.
이 지역은 훌륭한 탐험지역이지만 급변하는 기후와 추운 날씨 그리고 (대륙에서) 외진 곳에 위치해 스키를 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키어는 빠르게 변화하는 날씨와 추운 조건에 대비해야 합니다. 강수량은 매년 다르며, 적설량은 해안지역에 비해 적고 불안정합니다. 이 지역은 약한 층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문제로 인해 종종 큰 눈사태가 발생합니다. 이곳을 탐험하는 스키어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저는 1998년 케브네카이세 클래식 스키 투어 대회에 참가했을 때부터 케브네카이세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눈이 많이 내렸고, 무릎까지 빠지는 파우더 속에서 미끄러졌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적설량이 적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스키 탐험’의 기대감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도로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야영을 했습니다. 우리 셋은 일주일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을 챙긴 스노모빌 한 대를 타고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경로는 케브네카이세를 가로지르기에 적절했고 스노모빌은 무거운 짐에도 불구하고 쉽게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루트는 니칼루옥타(Nikkaluokta) 마을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이 지역에 접근했을 때 여러 산들의 틈에서 케브네카이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맑은 날씨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저녁 노을과 함께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야영지에 도착하자마자 텐트와 난로를 설치했는데, 춥고도 긴 낮을 보낸 후 따뜻한 저녁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잠자리에 들 무렵 오로라가 하늘을 초록빛으로 물들였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렸습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20센티미터의 눈이 쌓여 있었죠. 하늘은 구름이 잔뜩 낀 상태였고, 위쪽으로 볼 수 있는 시야는 몇 백 미터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아침 식사 후 텐트 밖으로 나갔습니다. 앞으로 며칠 간 적설량을 예측했고 점차 날씨가 맑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더 높은 곳으로 오르며 그 지역의 눈사태 예보가 정확하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쌓인 눈은 거의 다 녹아 얼어붙었고, 그 위에 새로 내린 눈은 고요한 밤이 지나고 나서야 쌓였던 것이었죠. 우리의 주변만 잘 보인다면 완벽한 하강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정오 무렵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고 미코와 저는 근처 쿨루아르에 오르기로 결정했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빨리 풀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젠을 텐트에 두고 왔어요. 쿨루아르의 상부는 새로 내린 눈으로 인해 눈 덮개가 너무 얼어서 등산화 끝을 딛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이젠을 두고 온 것이 실수라고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계속 발걸음을 옮겼고, 바위 사이에서 적절한 출발점을 찾았습니다.
스키를 신었을 때 날씨가 완전히 맑아져 한낮의 햇살이 따스하게 우리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진작가 라미의 신호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바인딩에 얼음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턴은 놀랍게 느껴졌고, 우리가 속도를 높이면서 새로운 눈 위의 표면 눈사태가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힐리오 115 스키가 새로운 눈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다음 턴 지점을 미리 내다보았습니다. 우리는 산 아래 구간에서 간식을 먹었으며,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스키를 탈 수 있는 근처 쿨루아르 정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여행의 완벽한 시작입니다." 우리는 텐트로 복귀하며 이처럼 말했습니다.
저녁에는 날씨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했습니다. 밤부터 북서쪽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불안정한 날씨가 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란 소식이었죠. 우리는 그날 밤 일기예보가 정확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바람이 텐트를 흔들기 시작했고, 나는 밤새 귀마개에 의지했습니다.
아침이 되자 우리가 두려워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밤새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었기 때문에 새로 내린 눈은 대부분 사라졌고, 오랫동안 얼어붙은 눈과 새로운 윈드 슬래브를 형성했습니다. 우리는 위험할 정도의 윈드 슬래브가 형성되지 않았을 지역을 찾기 위해 차선책을 검토했습니다. 우리는 뵈르클링스 빙하(Björklings Glacier)로 향하고 그곳에 도착한 후 현지상황을 재평가하기로 했습니다.
빙하를 향해 올라가는 동안 저희의 희망과는 달리 바람이 눈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스키 아래에는 이전에 내린 눈이 쌓여 견고하지 않은 지각이 형성되어 있었죠. 지각이 사방에 형성되어 있었기에 스키를 타는 것은 그날의 부차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눈사태 지형을 피해 조심스럽게 이동했고, 큰 눈사태 조짐은 없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작은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빙하 위에서 우리는 시간을 확인하고 일기 예보를 살펴봤습니다. 계속 움직이며 외스트라 레덴 (Östra leden) 등반 루트의 고정 로프를 이용하면 케브네카이세 정상에 도착할 시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날 외스트라 레덴을 등반하는 팀은 우리뿐이었습니다. 정상 능선에서 매우 강한 바람을 만났고, 동쪽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구름 전선을 목격했습니다. 우리는 정상 근처에서 잠시 멈춰 간식을 먹기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더 많은 구름이 모여들었습니다. 우리는 희미한 빛과 매우 어려운 눈 속에서 다시 스키를 타고 출발지로 돌아왔습니다. 지각이 부서지는 바람에 하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경험한 스키 중 최악의 눈이었다는 것에 서로 공감하며 캠프로 복귀했습니다.
텐트에서 우리보다 먼저 돌아온 라미를 만났습니다. 그는 드론으로 우리의 등반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만 드론은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여정을 기록할 또 다른 드론은 더 이상 없었던 것이죠.
라미는 음식을 준비하면서 새 드론을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될 무렵 그는 다음 날 키루나로 새 드론을 배송 받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우리가 라미를 길가에 데려다 주고, 그가 낮에 키루나로 가기로 했죠. 일기예보에 화창한 날씨가 예고되어 있었고, 미코와 저는 빙하를 지나 다른 계곡에 위치한 타르팔라 연구기지(Tarfala Research Station)까지 긴 스키 투어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스노모빌에 올라 아침 식사를 준비한 미코에게 돌아갔습니다. 식사 후 빙하 장비를 배낭에 챙겨서 출발했습니다. 아침 날씨는 예보보다 좋았고 햇살을 받으며 케브네요카(Kebnetjåkka)를 향해 올라가는 중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빙하 위로 내려오자 케브네카이제 북쪽 정상 아래에서 빙하를 향해 가파르게 내려가는 경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그곳의 눈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운이 좋다면 최소한 조금이라도 스키를 타고 내려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우리는 조심스럽게 경사면의 아래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눈 구덩이를 파고 ECT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없었습니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또 다른 눈 구덩이를 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죠. 태양이 눈의 표층을 따뜻하게 해서 아래층과 잘 결합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부츠팩을 이용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해발 250미터 정도 올라가서 바위 밑에서 쉼터를 찾았습니다. 45도 정도의 가파른 경사, 여기에 설질이 고르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턴을 한 번에 한 바퀴씩 조심스레 시도했습니다. 첫 턴 후 모든 게 좋았고 우리는 두 빙하가 만나는 지점까지 스키로 하강을 이어갔습니다.
스토르글레시아르(Storgläciär)에서는 로프로 이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적설량이 적어 크레바스가 일부 보였기 때문이었죠. 저희는 타르팔라 연구기지에서 물을 보충했습니다. 타르팔라에서 우리는 텐트까지 8킬로미터를 스키로 하강했습니다. 오후의 끝 무렵에는 라미를 데리러 갔습니다. 새 드론이 도착했고 우리는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다시 거센 바람이 찾아왔고, 그 강도는 폭풍에 가까웠습니다. 우리는 스노모빌을 타고 계곡을 따라 이동했고, 날씨에 적합한 목표물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고도 900미터 지점에 이르러 매우 악화된 시야로 인해 지형을 더 이상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죠. 이와 같은 날씨는 하루 더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더 높이 올라갈 수 없었으며, 눈은 찬바람에 의해 얼음으로 변했고, 그 어디서도 부드러운 눈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틀이 지난 후 우리는 흥미로운 장소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스키를 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죠. 도로에서 더 가까운 그곳은 우리의 이동경로에서 본 지역이었습니다. 빙하 아래에서 시작되는 개다리 모양의 쿨루아르였는데, 그날의 날씨가 스키를 타기에 딱 좋았습니다. 오후에 우리는 만년설을 밟으며 쿨루아르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우리가 더 높이 오를수록, 쿨루아르에서 곧게 솟아오른 거대한 빙하는 녹색과 파란색이 뒤섞인 기둥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감상하며 고요한 정적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대자연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이 가치 있는 이유를, 그곳의 얼어붙은 대지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보다 더 장엄한 경험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눈이 부드럽지 않고, 얼음이 많았기 때문에 안전을 이유로 바인딩을 잠갔습니다.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방향을 바꾸며 호수 옆에 대기하고 있는 스노모빌을 향해 스키를 타고 하강했습니다.
- 안테 라우하마 (BD 후원선수)
구성원: 안테 라우하마, 미코 람피넨, 라미 발로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