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맞은 MIT 교수의 등반 장비를 QC Lab에서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콜린
포윅은 어느 날 아리송한 메일 하나를 받게 됩니다.
콜린 포윅씨,
번개 맞은 블랙다이아몬드 장비를 테스트해 보는데 관심 있으신가요?
–데이브
우리는 먼저 그에게 괜찮은지 물은 후, 당연히 관심 있다고 대답했죠.
그로부터 일주일 후, 오랜 시간 방치한듯한 덥수룩한 수염에 꾀죄죄한 행색의
단발머리 클라이머가 MIT 공대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블랙다이아몬드 본사 QC
Lab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의 손에는 번개에 맞아 검게 그을린 등반 장비가 들려 있었죠. MIT
공대에서 물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데이브가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건 개요:
데이브는 정립되지 않은 트래드 루트만을 찾아다니는 베테랑 트래드
클라이머입니다.
“남이 정해 놓은 길로 가고 싶지 않거든요” 그가 말합니다.
그렇게 어느 여름날, 데이브와 그의 파트너 수잔은 그들만의
트래드 루트를 찾아 투올로미 어느 깊은 숲속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유난히도 수확이 없는 날이었죠.
설상가상 일기예보는 뇌우가 임박했음을 알렸고 어쩔 수 없이 재정비를
위해 마을로 돌아가야만 했던 그들은 오후 3시쯤 캠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죠. “클라이밍
장비를 전부 가방에 넣어서 비에 젖지 말라고 나무 밑에다가
보관했어요” 데이브가 기억을 더듬으며 말합니다. “텐트에 들어가자
비가 쏟아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우박이 시작됐고, 점점 강도가
세졌죠.” 데이브와 수잔은 텐트 지퍼를 내리고 폭풍우를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우박이 골프공 정도 크기까지 커졌을 때 곧 천둥번개까지
칠 것 같은 분위기였죠. 여기서부터 그의 기억이 흐려집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박을 보고 있었는데 순간 엄청 큰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눈을 때렸어요. 그다음 몇 초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어쩌다 보니
저희는 텐트 밖으로 나와 있었고 텐트는 불에 타고 있더라고요.”
기억이 세세하진 않지만, 데이브는 번개가 텐트를 때려서 그 충격으로
자신과 수잔이 텐트 밖으로 날아간 것 같다고 합니다. “큰 소리랑
번쩍이는 빛은 기억이 나는데… ‘내가 번개에 맞은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이외에 다른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일어나 몸에
흙먼지를 털고 상황을 살펴보니 귀에 이명이 들리는 것 말고는 몸에
별다른 부상이나 이상이 없었고 바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텐트 폴의 모든 관절들은 녹아내렸고 데이브의 클라이밍 헬멧은 산산이
조각난 채로 12m 가량 날아가 있었습니다. 장비를 넣어둔 가방이요?
걸레짝이 됐죠.
“비가 와서 땅이 다 젖은 상태였지만 가방 아래 흙은 증발한
것처럼 김이 나고 있었어요. 가방도 1m 가량 날아간 상태였죠.” 그가
말합니다.
“가방은 폭발한 것처럼 찢어져 있었고요.” 가방 안에 있던 장비도
번개를 맞은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가방 안에서 쇠끼리 부딪힌
자리에는 누가 용접한 것 같이 작은 용접 방울들이 있었어요.” 그가
말합니다. 캠, 너트, 슬링을 비롯한 데이브의 모든 장비에는
미묘하지만 분명한 전기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데이브는 안전을 위해 그 이후로 이 장비들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과연 실제 안정성에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궁금해졌죠.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실험:
QC Lab 크루는 즉시 인장강도 시험기를 사용해 장비들을 테스트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브의 모든 장비를 표준 CE 규격으로 실험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실험하고자 했던 요인은 번개가 남기고 간 작은 용접
방울들이 실제 장비의 내구도나 안정성에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QC Lab의 범생이 공학도들은 실험에 앞서 실패 값을
계산하고 추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험 결과:
결론:
예상대로 대부분의 경우에서 번개의 흔적이 장비의 근본적인 내구성을
떨어뜨리진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브의 캠에서 발견된 “용접
구슬” 흔적은 하중을 많이 받는 주요한 부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내구성의 감소 또한 전혀 없었죠. 그러나 반면에 손상이 더 직접적이고
명확했던 스토퍼 케이블은 최대 내구성이 하락한 결과를 보였고 제품의
내구성 등급보다 낮은 충격에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또한 OZ 카라비너는 전체적인 내구도는 건재했지만, 장비의 실패
값에서 “용접 구슬”이 있는 지점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이었습니다. 물론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흥미로운 사실인 건 분명하죠. 내구성 감소는 슬링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보통 금속 제품이 노화현상이 거의 없는 것에 비해
나일론이나 기능성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이 노화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이번과 같은 경우에는 제품의 노화, 마모, 번개에 의한 손상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인 것이라 보는 게 맞겠습니다. 번개에 맞기
이전에도 꽤나 마모가 진행된 슬링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죠.
슬링은 뻣뻣하고 만지면 가루가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클라이밍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상태였죠.
정리:
산악 활동을 하다 보면 위험한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번개는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축에 속하죠. 근처에서 번개가 치고 있다면…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세요. 데이브와 수잔이 장비를 텐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었기 때문에 번개를 직접적으로 맞지 않았던 게 신의 한 수였어요!
천만다행입니다. 아래 사항들을 항상 명심하세요,
장비가 번개에 맞지 않도록 하세요.
항상 장비를 점검하세요.
번개 맞은 장비를 꼼꼼하게 살핀 데이브는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보이는 장비는 즉시 폐기처분했습니다. 실험 결과도 그의 결정이 옳았다고
말해줍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경우에도 장비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보인다면
그 즉시 사용을 중단하세요.
마지막 확보로부터 6m 위에 매달려 다리를 벌벌 떨면서 “잠시만, 저 스토퍼가
번개 맞은 스토퍼 중에 하나였나? 만약 지금 내가 떨어지면 충격을 버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