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8일
사진: 프란체스코 르보 / 클라이머: 밥시 장걸 / 장소: 매직 머쉬룸 (Magic Mushroom (VI 5.14a), Yosemite)
여러분이 추운 겨울날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 WI 5 아이스 루트 세 개 피치를 등반해버리는 베테랑 알파인 등산가이자 산악 전문가인 더글러스 샤봇 선수를 만나보았습니다. 우리의 예상대로 그는 뼛속부터 슬링 파였습니다. “트래드는 슬링이죠. 저와 같은 사람은 소수일 것 같지만요.” 그가 말합니다. “기어 루프만 사용했던 적이 있는데,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가 개인적으로 슬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아하! 바로 이것이 큰 차이군요. 넒은 크랙, 침니, 양손 같은
미묘하지만 중요한 단어들에 집중해보세요. 더글러스의 등반
스타일이 그가 슬링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듯합니다. 그는
또한 멀티 피치 루트에서 선등을 교환할 때 슬링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하네스로 선등자를 교체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헤이즐 선수의 “지저분한 룩”이라는 말에 더글러스는 다음과 같이
반박합니다
“슬링도 장비를 잘 정돈하면 깔끔해 보일 수 있어요. 하네스야말로
지저분하죠. 빠르고 깔끔하고 파트너와 교체도 쉽고, 모든 상황에
다재다능한 게 슬링이라고요.”
그렇군요.
더글러스의 소개로 우리는 추가로 몇 명의 알파니스트들을 만나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스포츠클라이밍과 현대 락
클라이밍의 발전 속에서 알파인이라고 불리는 고통의 예술이
슬링과 함께 멸종하고 있는 건지 그들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영국의 알파니스트 매튜 헬리커가 말합니다
“여름에는 하네스를 쓰고 겨울에는 슬링을 써요.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와이어랑 퀵드로, 또는 더 긴 장비들이나 헥스 같은
장비들을 슬링에 챙기는데, 장비의 탈부착이 빠르기 때문이죠.
장비를 다시 슬링에 걸어야 할 때도 훨씬 빠르기 때문에 펌핑이
왔을 때와 같은 까다로운 상황에서 원하는 장비를 딱딱 골라서 쓸
수 있어요.”
또 다른 산악 전문가 존 브레이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알파인 등반에서는 옷도 더 두껍고 장비도 훨씬 많이 챙겨야 하기
때문에 슬링이 좋아요. 저의 기본적인 장비 세팅은 스타퍼와 캠을
슬링에 걸고 퀵드로를 하네스에 거는 것입니다.”
하지만 브레이시도 알파인 등반이 아닌 일반적인 락
클라이밍에서는 기어 루프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장비가 걸리적거리지 않고 접근이 쉽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렇다면 정말 기어 슬링의 멸종이 넓은 크랙, 침니, 혹은 설산
등반 같은 옛 세대들의 등반의 사그라드는 인기와 비례하는
것일까요?
이 현상에 대해 누구보다도 연구를 많이 한 블랙다이아몬드 클라이밍
카테고리 디렉터 콜린 포윅을 찾아갔습니다.
클라이밍 장비의 실패와 성공을 현장에서 가깝게 목격한 콜린
포윅은 기어 슬링의 감퇴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제가 처음 등반을 시작했을 때는 모두가 슬링만을 쓰던
시절이었어요.” 그가 말합니다. “90년대 초반에 멀티 피치 트래드
클라이밍이 그랬죠.”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솔트레이크시티로 이사 와서 보니깐 어느
순간 모두들 하네스를 쓰고 있더라고요.”
콜린 포윅에 따르면 슬링 감퇴의 첫 번째 이유는 단순한 유행의
흐름이라고 합니다. 헤이즐 선수가 말했듯이 하네스가 “신세대”
장비인 것이죠. 이외에 다른 이유에 대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다른 장비들이 경량화 됨에 따라 하네스에 더 많은 장비를 챙길
수 있게 되었고, 오버행 구간의 등반을 할 때 출렁이는 슬링은
등반자를 아래로 당기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옛날보다 하네스의 기어 루프가 많은 발전을 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블랙다이아몬드 하네스를 예로 들자면, 현재 고압축으로 제작된
블다의 기어 루프는 장비를 많이 걸어도 루프가 V 모양으로
구부러지지가 않습니다. 옛날 하네스는 구부러졌죠.”
그렇다면 콜린 포윅도 슬링에서 루프로 갈아탄 걸까요?
“저는 정리 정돈에 강박증이 있기 때문에 어떤 장비는 오른쪽 앞쪽
루프에 있어야 하고, 어떤 장비는 뒤에, 어떤 장비는 왼쪽에,
장비마다 자리가 정해져 있어야만 해요. 네, 슬링에서 루프로
옮겨왔죠.”
그러나 그도 마찬가지로 기어 슬링을 꼭 써야만 할 때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나 긴 멀티 피치 루트를 등반할 때 말이죠. “슬링이 선등자를 교체할 때 정말 편해요.” 그가 말합니다.
그는 물론 위에 의견을 냈던 알파니스트들 또한 일리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습관이 참 무서운 거니깐요.”
자, 이제 마지막 질문만이 남았습니다. 콜린 포윅이 자칭 정리
정돈 강박증이라면, 왜 윌컷이 제안한 제품을 개발하지 않은
것이죠? 슬링의 미래에 비전을 보여준 아이디어였는데 말이죠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죠.” 그가 말합니다. “저는
슬링도 항상 칸이 나누어진 기어 슬링을 사용했었어요. 단일
슬링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죠. 그래서 그걸 그대로 하네스로
옮겨온 거라고요.”
“그런데 윌컷은…” 그가 계속해서 말합니다. “참 흥미로운
제안이었어요. 등반할 때 가지고 올라가는 기어 슬링이라기보다는,
밑에서 장비를 정돈할 때 쓰는 기어 슬링 같았죠.”
“하지만 문제는 이거예요.” 그가 설명합니다.
“첫째, 지난 수년간 기어 슬링의 매출을 살펴보면 꾸준한 감소를
보이고 있어요. 말했듯이 더 이상 사람들이 예전만큼 기어 슬링을
쓰고 있지 않다는 뜻이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제품의 수요가
있을지 확신이 안 서는 겁니다. 게다가 윌컷은 가격이 높게 측정될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인 슬링보다 공학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죠.
둘째, 이 제품을 사서까지 등반전에 장비를 정돈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몇몇은 등반할
때도 쓰겠지만, 매우 소수겠죠.”
“그래서 윌컷을 만들지 않은 거예요… 아직은요.”
이에 타일러 윌컷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직은’이라는 말은 그래도 여지가 있다는 거네요?”
– 블랙다이아몬드 컨텐츠 매니저 크리스 파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