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HE DISTANCE: 송승용의 터닝포인트

국내외 굵직한 대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한 송승용 선수가 나흘간 수도권의 수십 봉우리를 잇는 약 250키로미터의 루트를 나흘만에 완주했습니다. 보통의 휴식기로 넘길 수 있는 긴 추석연휴 기간에, 그가 산을 달려야만 했던 이유를 소개합니다.

“지난 6월, 치악산 대회를 잘 마쳤으나 마음이 공허했어요”. 인터뷰를 시작하며 송승용 선수(팀 스카르파, BD 콜렉티브)가 가장 먼저 밝힌 첫 마디였습니다. 8월 UTMB를 앞두고 집중력이 흐려진 듯했다고 덧붙이며, 몸(컨디션)은 건재하나 운동의 열정이 식은 듯, 그리고 훈련이 의무적인 것 같다고 했죠. 갈 길을 잃고 정처 없이 공허하기만 한 마음. 그래서 5년 전, 처음 산을 만나 설레기만 했던 시절을 떠올렸다고 말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긴 연휴에 한 숨 돌리던 지난 추석 기간 중, 그가 수도권 55개 산을 모두 경유해 약 250키로미터를 나흘 간 달리는 도전을 수립한 배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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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보다는 소모된 마음을 회복하고자 선택한 돌파구였습니다. 내 자신을 재정비하고, 내가 달려야만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죠. 이 도전은 훈련이 아닙니다.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었습니다.”

- 송승용 (팀 스카르파, BD 콜렉티브)

이 코스는 일부 산악인들 사이에서만 비공식으로 이어져 온 길입니다. 누군가는 이 코스를 정식으로 완주하여 그 가능성을 증명해야 했죠. 우리 팀은 55산의 정식 루트를 기준으로 삼아 선례를 남기고자 했습니다. 결국 이번 도전의 목적은 속도의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도전할 이들을 위한 길을 새롭게 트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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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럭셔리 브렉퍼스트

아침 여덟 시, 서대문역을 출발했습니다. 긴 여정의 첫걸음, 마음은 차분했습니다. 안산을 밟고 인왕산을 올랐습니다. 북악산을 거쳐 북한산으로 향했습니다. 도봉산을 지나자 몸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포대능선을 넘어 사패산 울대고개로 내려설 때, 두 다리는 이미 돌덩이처럼 묵직했죠. 피로감이 불청객처럼 찾아왔습니다. 호명산과 천보산을 넘던 당시, 머릿속은 살짝 혼미했습니다.





새벽 두 시, 68키로미터 지점인 축석령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안도의 마음으로 약 세 시간 정도 눈을 붙일 수 있었던, 프로젝트 완수를 향한 첫 단추였습니다. 기상 후 서포터 윤진이 건넨 닭죽 한 그릇은 그 여느 때보다도 귀한 음식이었죠. 뜨거운 죽 한 숟가락, 얼굴에 스미는 따스함. 저는 서포터의 헌신과 우리의 우정을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마음이 원동력임을 깨달으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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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끝없는 오르막

시작은 노고산이었습니다. 산줄기는 죽엽산, 주금산, 철마산으로 이어졌죠. 이튿날부터 지옥문이 열렸습니다. 우금삼거리부터 호평동까지 구간은 무척 멀게 느껴졌죠. 그 중에서도 천마지맥 30킬로미터 구간이 쉽지 않았습니다. 긴 능선은 지루했고 끝없이 펼쳐진 오르막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천마산 정상을 앞둔 지점에서 물과 식량이 바닥났습니다. 입은 굳었고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광원이는 봉크로 쓰러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기대어 걸었습니다. 127키로미터 지점 호평동. 이곳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걸어왔다는 증거였습니다. 3시간 반의 짧은 휴식. 몸은 지쳤으나, 절반을 넘겼다는 생각이 묘한 힘이었습니다.





셋째 날, 가고 오는 계절

새벽 공기가 유난히 차가웠습니다. 백봉산부터 3일차 산행이 시작됐습니다. 갑산, 예봉산, 예빈산까지, 강북 30개 봉우리를 끝냈습니다. 팔당대교에 섰을 때 강 건너편에 우리가 지나처간 산들이 길게 누워 있었죠. 긴 여정의 절반을 지났다는 게 실감되었습니다. 강남의 산길은 검단산에서 시작되었죠. 산 아래 서포터들의 지원이 이어졌습니다. 짧은 만남의 순간이 큰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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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무렵 비가 쏟아졌습니다. 처음은 시원했으나, 이내 체온을 앗아가는 장대비가 되었습니다. 옷은 젖고 신발은 무거웠습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죠. 비바람 속에서 발걸음을 계속 내딛었습니다. 그리고 갈마치고개에서 약 30분 정도 눈을 붙였습니다. 이른바 쪽잠. 휴식 후 서포터로부터 제공받은 따뜻한 국물 한 사발이 그저 보약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213키로미터 지점 광교산 입구. 비는 여전했지만, 도전의 마침표에 단 하루가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넷째 날, 남은 봉우리 여섯

마지막 날 새벽, 청계산을 올랐습니다. 강남의 마지막 여섯 봉우리를 남기고, 체력은 한계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약 250키리미터 지점 구룡산 정상. 광원(팀원)의 발목이 망가졌습니다. 염증이 심해져 걸을 수조차 없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습니다. 전화기에 119 번호를 누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큰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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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사당역. 저녁 여섯 시. 쉼 없이 관악산을 올랐습니다. 폭우와 강풍이 몰아쳤습니다. 연주대를 향한 길은 안개 속에 갇혔습니다. 시계의 GPS 신호는 끊겼습니다. 감각에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 이보다 드라마틱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절묘하게 운이 없었습니다. 추석 연휴 내내 큰 비가 내렸습니다. 도전을 연휴에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생각했으나, 왜 전국적으로 갈망하던 비가 이제야 내리는 것인가, 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죠. 아무튼, 그저 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연주대 정상에 올랐을 때, 온몸이 비에 젖었지만 그 순간의 전율은 잊을 수 없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었죠. 연주대를 지나 학바위, 무너미고개를 넘어 마지막 삼성산에 올랐을 때, 마음 어디선가 감동이 울컥 올라왔습니다. 하산길, 남은 5키로미터. 비바람 속에서도 그 길목은 의외로 포근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목표지점에서 두 팔을 머리 위로 흔들며 우리를 기다리던 사람들 무리가 시선에 잡혔습니다. 다가갈수록 점점 뚜렷했던 사람들의 미소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글을 맺으며

트레일러닝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말합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꾸준해야만 하는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기록보다 과정, 경쟁보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만 이롭습니다. 트레일러닝은 이제 저의 친구이자 동반자입니다. 단순한 달리기가 아닙니다. 제 삶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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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트레일러닝의 매력은 체력뿐 아니라 마음의 한계와 마주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 한계점을 넘어설 때 느껴지는 해방감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도전은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몸은 길을 기억하고, 다음엔 300 또는 500키로미터를 더 나아가고 싶을 것입니다. 거리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 이 감정이 바로 울트라 트레일 러닝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용과 등반용 카라비너 비교 - 사진: 최상혁 SCARPA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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