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클라이머가 되려면, 강한 루트들로 연습해야죠.”

자신의 클라이밍 짐에 있는 루트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라이니 슈어러는 마치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 전시회를 연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8a+, 8c, 8c+. 9a+, 8b, 8c …

셀 수도 없이 많은 루트들이었죠.

세계 정상급 클라이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클레터챈트룸(KI)는 그들의 수준에 걸맞은 루트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수많은 전설들이 탄생했고 그들이 이곳을 꾸준하게 방문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KI는 라이니의 비전으로 탄생한 클라이밍 짐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약 40년 동안 다른 클라이머들을 위한 루트들을 개척하고 만들었죠.

“줄곧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그가 말합니다. “클라이밍이 발전하려면 좋은 루트가 공급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산속의 작은 마을인 티롤주 동부에서 태어난 라이니는 14살의 나이에 클라이밍을 시작했습니다. 1985년에는 이미 프랑스 베르동같은 유명한 등반지에서 8a 급까지의 스포츠 루트들을 초등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었죠.

1991년, 개인 기량의 정점에 도달한 라이니는 오스트리아 최초의 8c 급 루트를 초등하게 됩니다.

지금도 여전히 활동적인 개척가인 라이니는 지금까지 약 1500개가 넘는 루트를 볼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진짜 업적은 그가 개척한 자연바위 루트들이 아닙니다.

클라이밍에서 라이니의 가장 큰 공헌은 세계 최고 클라이밍짐인 KI에서 그가 만든 인공 루트들이죠.

2000년대 초반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팀의 멘토였던 라이니는 정상급 클라이머들이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007년 그는 인스브루크의 행정공무원들과 협의를 거친 끝에 KI를 오픈하게 됩니다.

“KI가 현실이 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어요.” 그가 말합니다.

그의 헌신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됩니다. 600개 이상의 리드 루트와 볼더링 벽, 트레이닝 보드, 기타 훈련 시설을 비롯한 카페까지, 모든 것을 고루 갖춘 KI는 세계를 유랑하는 월드컵 클라이머들의 사랑을 받게 되죠. 실제로 KI에서는 1년 365일 유명한 세계 정상급 클라이머들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전설 유지 히라야마부터 월드 챔피언인 야콥 슈베아트와 카타 사우어바인 선수까지 이곳을 거쳐갔죠.

하지만 라이니는 또한 KI가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선수들과 동호인 클라이머들이 한공간에서 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중요하죠.” 그가 말합니다. “저는 초보자들이 야콥 슈베아트 선수를 보며 멋지고 강한 클라이머란 어떤 모습으로 등반하는지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KI의 특별한 이유는 멋진 시설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클라이머의 실력과 상관없이 KI는 모든 클라이머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었죠.

“그동안의 세월 동안 제가 깨달은 점은 등반실력보다 중요한 건 마음속의 열정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