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브라를 둘러싼 이 모든 실패들이, 어쩌면 이제는 놓아줘야 한다는 신호는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던 그 두려움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자신보다 클지도 모르는 목표에 온 마음을 쏟아부었다가, 끝내 이루지 못했을 때 느끼게 되는 일종의 굴욕감에 대한 두려움 말입니다. 그 두려움은 나이 듦과 함께 더욱 커졌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젊은이’라 불리는 부류에 속하지 않았고, 쓸모없을 수도 있는 일에 기꺼이 시간을 허비할 자유를 가진 사람들 속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안에는 다른 무언가 남아있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끝까지 해내고 싶은 열망,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하겠다는 투지였죠. 코브라 크랙 등반은 제 젊은 시절의 꿈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그랬습니다. 코브라 크랙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크랙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크랙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오버행 직후의 수직 구간에 확보물을 설치하면, 다시 손목이 부러질지도 모를 추락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안에서 어떤 책임감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저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들을 받았습니다. 첫째, 등반, 특히 크랙 등반에 대한 재능. 둘째, 다시 찾아온 두 번째 기회. 13년의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저는 비교적 높은 등반 실력을 되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코브라 크랙이 있는 스쿼미시에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주는 클라이머들과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제게 주어진 이 재능과 기회들을 온전히 써서 끝까지 해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