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철저히 관리하며 전성기 기량을 꽃피운 선수가 어쩌다 이런 부상을 경험하게 된 것일까요?
“제 전문인 리드 분야는 전성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분야를 한 번에 섭렵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클라이밍 분야를 동시에 훈련할 수도 없죠. 우리의 신체는 완벽하지 않기에, 때로는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치거나 오래된 부상 혹은 트라우마에서 오는 불균형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저는 리드 클라이머고 상체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기술과 손가락 힘 그리고 지구력이 주무기입니다. 게다가 에이프 인덱스(ape index, 팔 길이 대비 키 비율)가 +12센티미터에 달하는 신체적 이점도 충분히 활용하고 있죠. 지난 2008년, 심한 어깨 탈골 후 해당 부위가 계속 좋지 않았는데, 지난 3년간 행보드 트레이닝에 집중하며 어깨의 가동 범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작 중요한 어깨 부위가 부상에 노출됐던 것 같습니다. 어깨의 가동 범위는 ‘월드 클래스’와 ‘수준급’ 클라이머를 가르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제 손가락은 강했고, 등반실력도 못지않았습니다만 경사가 심하고 동작이 큰 등반에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 신체 중 가장 약했던 어깨가 가장 먼저 무너진 이유 같습니다.” – 샘 앨리어스
낙담한 기색이 역력한 샘 선수는 저에게 오기 전 한 저명한 정형 외과의에게 MRI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의 말에 따르면 그의 어깨가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였으며, 등반을 계속 이어가려면 (만성 관절 파열과 급성 견갑하근 파열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이 당장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소식은 샘에게 충격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본인 스스로 고통을 겪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등반은 이전처럼 불편함이 없었고, 어깨가 약해진 것 같았지만 상대적으로 등반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분노와 후회와 두려움이 몰려왔으나 적응할 수밖에 없었어요. 내 몸에 대해 더 알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이들의 조언을 듣고 있습니다.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른 채 허송세월 하였는데, 배움을 통해 얻은 교훈은 단 하나였죠.” – 샘 앨리어스
손상되어 약해진 어깨 관절의 상태는 MRI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증상들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죠. 손상된 조직 중 일부는 급성이었지만, 대부분 만성적으로 악화된 상태였고,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반면 제가 직접 샘 선수의 어깨를 관찰했을 때 그의 고통과 증상들은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넓게 치료한다면 수술 없이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고 판단했죠. 손상된 근육들을 관리하고 약한 조직들을 강화한다면, 이전보다 더 강해진 신체와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어깨수술로 인한 재활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죠.
우리는 여러 전문가들을 규합해 샘의 신체 훈련 중 보완점을 탐구했습니다. 해부학과 기본적인 신체의 움직임에 그가 놓쳤던 것들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며칠 후 샘은 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지금껏 훈련하며 어깨 길항근 운동을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았습니다. 부상이 있기 일주일 전까지도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제가 지금보다 강한 어깨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어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수술 같은 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2009년에 찢어진 제 어깨 근육이 지금까지 그대로라면, 그것도 괜찮아요. 어차피 지금껏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등반하는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수술 없이 더 강한 상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제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그 무엇이든, 오랜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꾸준히 착실하게 수행하겠습니다. 트레이닝, 스트레칭, PT, 마사지, 침까지 다 해본 후에 수술을 받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샘 앨리어스
많은 선수들을 돌본 경험이 있는 트레이너 중 한 사람으로서 샘 선수의 굳은 결의는 저에게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선수가 회복에 대해 이해하고 재활에 헌신하는 것은 부상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죠.
부상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샘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부상을 비롯한 자신의 신체에 완전한 책임을 질 것, 그리고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고 이해하려 노력할 것, 작은 부분 하나하나 놓치지 말 것,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해볼 것,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스스로 믿음과 생각을 확립할 것, 남의 말에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을 것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등반 배경도 다르고, 부상도 각기 다르죠. 결국 각자 스스로 상황을 진단해야 하죠.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술의 신도 없고, 마술 같은 수술도 없어요. 진짜 마술은 지식을 기반한 우리의 믿음과 결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 샘 앨리어스
아래 내용은 샘이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회복, 근면, 그리고 수술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네 개의 레슨 형식으로 나뉘어 기술돼 있습니다. 한편 이 네 가지 정보는 보통의 클라이머들이 해부학, 인체의 움직임, 그리고 힘에 대해 놓치는 점이기도 합니다.
샘이 놓치고 있던 것들
지식 탐구 1. 우리의 팔과 몸통은 어떻게 붙어있을까?
첫 번째 주제는 앞톱니근(전거근, Serratus Anterior)과 활배근(Latissimus Dorsi), 그리고 올바른 자세의 팔 굽혔다 펴기 및 턱걸이입니다.
전거근과 활배근(광배근)은 우리가 가장 간과하기 쉬우면서 오해가 많은 근육입니다. 이 두 근육은 다른 근육들과 함께 우리의 어깨를 몸통과 연결하는데, 우리는 이들을 통틀어 ‘코어’라고 부릅니다. 클라이머는 손가락과 팔, 그리고 이와 연결된 다른 신체 부위에 대한 해부학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이 두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요추에서 시작해서 등 중앙까지 뻗은 활배근은 어깨를 팔 안쪽/위쪽과 연결하는 근육입니다. 흉곽(갈비뼈)과 활배근 사이에 위치하며 1번-9번 늑골을 감싼 형태로 견갑골 내측연(內側緣)까지 뻗은 전거근은 상지(上肢) 운동과 관련이 깊죠. 팔을 몸통에 연결하는 전거근은 매우 중요한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1) 주먹을 내지를 때 견갑골의 작용: 복서들의 근육이라고도 불림
(2) 견갑골이 몸통 밖으로 나가지 않게 흉곽으로 끌어당겨주는 근육
(3) 견갑골을 위로 회전시킴: 견갑골의 외전(Abduction)과 상방회전(Upward Rotation)